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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삶을 마치고 간 두 고양이가 남긴 건 

아픈 상처가 아니라 영원히 함께할 사랑스러운 기억이었습니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두 고양이와 한 남자가 엮어낸 따뜻한 일상의 기록  

 

이 책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한 독신남이 우연히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나면서 시작한 행복한 동거, 그리고 이별 후의 일상을 잔잔히 그려낸 감동 실화다. 저자는 두 고양이가 나이 들어 병이 들고 난 후부터 고양이와 함께한 일상, 투병의 나날들, 죽음과 그 이후의 일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저자는 책에서 “신의 존재는 믿지 않지만 고양이의 수명을 결정하는 ‘고양이의 신’은 믿는다”라고 말하며, 두 고양이의 죽음 앞에 신이 맡긴 고양이를 이제 돌려드린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책은 두 고양이에 대한 기록이지만, 꼭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낸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들이 곳곳에 엿보인다. 세상 모든 생명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이 있다는 것, (고양이들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후회 없이 삶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것, 사랑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한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것 등이 그것이다. 

십수 년간 고양이와 함께하며 얻은 저자의 깨달음이 애묘인 뿐만 아니라 각박해진 현실 속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본문 미리보기 

 

신이 잠깐 맡긴 것……. 고베에서 돌아오는 길에 신칸센의 창문 밖을 바라보며 그 말을 떠올렸다. 나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지만 고양이의 신이라면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혼자라 늘 외로웠던 나에게 고양이의 신이 아주 잠깐 기쥬타를 맡긴 게 틀림없다. 그래서 그 비 오던 날, 마치 산에서 굴러떨어진 새끼곰처럼 공원 쓰레기통 밑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이다. 

‘신께서 맡기신 고양이였으니 이제 돌려드립니다.’

열차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향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나니, 내 몸을 감싸고 있던 얇은 막이 살짝 벗겨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 하늘 끝 어딘가, 기쥬가 고양이의 신에게 안겨 옹알거리며 기분 좋게 목을 울리고 있는 광경이 떠올랐다.

- pp.57-58, 고양이의 수명은 ‘고양이의 신’이 결정한다? 

 

“분명히 기쥬가 널 지켜준 거야” 하고 먀타에게 말을 건넸다. 기쥬는 다정한 고양이였으니까, 바보 같은 주인 옆에 더 머물러야 한다고 너에게 부탁한 게 분명해. 슬프지만 기쥬는 죽었어.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어. 그렇지?

살아 있기만 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이제 세상에 없는 기쥬의 일도 추억할 수 있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이.

- p 104, 네가 내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어느새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밖은 날씨가 제법 따뜻했다. 아름답고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잔인한 계절이다. 우울한 사람에게도, 그리고 병으로 고통 받는 고양이에게도 포근한 가을 햇살은 평등하게 내려앉았다.

이제부터 주인인 내게 있어서 정말 괴로운 날들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이 아이가 12년간 나에게 선물해준 행복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일이다. 이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음미하듯 살아가자.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 pp.160-161, 예정된 시간을 걸어가다

 

먀타는 많이 고통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주인인 나는 평범하게 일을 하고 저녁을 챙겨 먹고, 시간을 내서 조깅을 했다. 자기 전에 혼자 술도 한 모금 홀짝였다. 이런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은 먀타가 유난히 자존심 세고 독립심 강한 고양이기 때문이다. 녀석은 절대 필요 이상으로 주인에게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숨긴다. 참으로 하드보일드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먀타,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 p 209, 마지막 나날들

 

기쥬가 죽은 뒤 뭔가에 화를 내거나 누군가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일이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줄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뭔가 달라졌네요”라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살빠졌어요?” 하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럴 리 없었다. 나는 조깅이 끝나면 꼭 체중을 쟀다. 체중도 체지방률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별 생각 없이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아이가 네 액을 대신 가지고 천국에 갔기 때문이야”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어머니 말씀처럼 방금도 먀타가 내 마음 속의 어두운 부분을 가지고 하늘로 올라간 것일까?

- pp.235-236, 너무 일찍 찾아온 미래 

 

지난 1년간 매일같이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날 바로 글로 옮겨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 인생에는 굉장히 많다는 것을. 시간을 들여 깊이 생각해볼 만한 물음들도 분명히 있겠지. 하지만 오로지 그 순간에만 글로 쓸 수 있는 일들이 상상 그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의 의미를 생각할 때면 난 언제나 내 고양이들을 떠올린다. 녀석들은 내일 일을 미리 고민하지 않았다. 그날 먹고 싶은 것을 먹었고, 마시고 싶은 만큼 물을 마셨다.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나면 서로 털을 핥아주다가, 갸르릉갸르릉 목을 울리며 행복하게 잠들었다. 

- pp.246-247, 그 순간이 있기에, 내일의 일상으로 나아가겠지

 

요즘 들어 ‘죽음’과 ‘영원’은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장에 썼듯이 고양이란 순간을 사는 존재다. 시간은 가차 없이 흘러간다. 찰나를 붙잡아두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다. 그렇게 세계는 계속된다. 인간 역시 평생을 살아도 ‘순간’을, 그리고 ‘영원’을 붙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그 간극을 자유롭게 오고 간다. 우리의 손이 결코 닿지 않는 신비로운 그곳에 고양이들은 살며시 앞발을 딛고 있다. 

- pp.269-270, 먼저 떠난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도우라 미키(東良美季)

1958년 일본 가나가와 현 태생으로 고쿠가쿠인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잡지 편집자, 뮤직비디오 기획자, 영화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약 중이다. 공원에서 우연히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주워 기르다, 고양이와 함께한 일상과 이별 후 이야기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 글들이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옮긴이 양수현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공부했으며, 글밥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지금은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사소한 말 한마디의 힘》 《그림으로 15분 만에 끝내는 생각정리 회의》 《걸리버 여행기》 등이 있다.

프롤로그 켜켜이 쌓인 기억을 다시 꺼내보며

 

안녕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고양이의 수명은 ‘고양이의 신’이 결정한다?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

네가 내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시간은 조용히 쉬지 않고 흘러가고

누군가를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

예정된 시간을 걸어가다

마지막 나날들

너무 일찍 찾아온 미래

그 순간이 있기에, 내일의 일상으로 나아가겠지

 

에필로그 먼저 떠난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감사의 말

해설 죽음과 이별에 대한 따뜻한 고찰

출판사 리뷰 

 

과장도, 숨김도 없이 있는 그대로 써내려간 애묘인의 삶  

돌보기가 수월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키우는 싱글남이 늘고 있다. 그들은 고양이와 함께한 행복한 일상을 SNS에 공개하거나 고양이와 커플 아이템을 공유하기도 하고, 때로 값비싼 사료와 고양이용 장난감을 사들이며 애묘인임을 과시한다. 이렇듯 싱글남의 고양이 키우기는 현대인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양이와 한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에는 그런 과시용 행복은 없다. 첫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12년간 고양이와 함께한 저자는 오로지 고양이와 함께 ‘일상’을 보냈다고 말한다. 특별히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그에게 고양이란 돌보는 대상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동거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글은 과장도, 숨김도 없이 그저 솔직하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여타의 글처럼 반려인의 행복을 과장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병이 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기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벅찬 시절, 고양이의 병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솔직한 심정과 그런 자기기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또 한편으론 반려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기쁨, 그들에게 얻는 삶의 교훈들을 놓치지 않는다.

 액자 속 그림을 보듯, 고양이와 함께한 나날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물론, 소중한 일상을 놓치고 스스로를 속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의 삶을 바라볼 기회를 준다. 

 

 

떠난 고양이가  홀로 남은 내게 가르쳐준 것 

행복은 매일 반복되는 ‘이 순간’에 있다   

책의 저자는 잡지 편집, 영화 칼럼 집필, 뮤직비디오 기획 등 다방면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오랜 시간 전업 작가를 꿈꿔온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고양이들과의 우연한 첫 만남, 그 뒤 함께한 소소한 일상, 그리고 이별과 그 이후의 일들을 가감 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말하듯, 혹은 자신에게 독백하듯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인터넷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몇 년 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에서 저자는 고양이를 처음 데려왔을 무렵, 손바닥만 한 비좁은 곳에서 집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고양이를 키워야 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다. 그에게 그 시절은 ‘행복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처음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누군가 함께할 존재가 있다는 것, 일상을 공유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실은 행복의 본모습이라는 걸 마음으로부터 깨달은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순간의 의미를 생각할 때면 난 언제나 내 고양이들을 떠올린다. 녀석들은 내일 일은 미리 고민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걸 먹고,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고,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나면 서로 털을 핥아주다가 행복하게 잠들었다. 나도 그렇게 매 순간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미래를 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다 떠난 고양이들은 그에게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는 고양이들과 함께한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마냥 슬퍼하지 않는다. 컴퓨터 배경화면 속에 자리한 두 고양이에게 매일 아침 반갑게 인사하고, 주어진 오늘을 충실히 살아간다. 그것이 고양이가 자신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며 말이다.  

 

 

임종의 문학, 그러나 무겁지 않고 따뜻한

- 함께한 생명을 잘 떠나보내는 법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일본의 유명 칼럼니스트 가츠야 마사히코는 이 책을 보고 이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처럼 《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에는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곳곳에 묻어난다. 인간보다 이른 죽음이 예정된 고양이들과 함께하면서 저자는 늘 언젠가 닥치고야 말 이별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 책에는 먼저 떠난 두 고양이를 비롯해 돌아가신 아버지 등 죽음으로 헤어진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 나온다. 또한 죽음과 헤어짐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홀로 남겨진 이가 택해야 할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가 택한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지난 추억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그 안에서 그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여기 없는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여러 번 ‘언젠가는 나도 죽는다’고 말한다. 인간,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그렇다. 살아있는 존재는 그날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만 할 뿐이다. 두 번째 고양이 마탸를 떠나보내고 마침내 홀로 남은 그는, 하룻밤을 꼬박 새운 그 이별의 밤을 이렇게 썼다. 

‘편집자로부터 원고를 오늘 중으로 보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전화를 끊은 뒤 (죽은) 먀타를 쓰다듬으며 영화를 내리 세 편을 보고 리뷰를 썼다. 그래, 이게 내 일상이다.’ 그의 말처럼 남겨진 자는 또 계속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비극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를 보다 나은 내일로 이어지게 하는 성숙한 자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츠야 마사히코의 말을 빌어 ‘임종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애묘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