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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봄. 느린 속도에 익숙해진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며, 끼니를 책임져주던 가게에서 마지막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차마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채로, 그들은 바르셀로나와 이별했다.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언제 돌아가도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날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는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오랜만에 만나도 환하게 웃어주는, 그런 도시니까. 

책에는 2년간 계속된 바르셀로나 생활자의 홀가분한 날들을 담았다. ‘살아보니 어땠는지, 정말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좋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낱낱이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볼 만한 축제와 걷기 좋은 동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가게 등의 정보도 틈틈이 실었다. 보이는 풍경만큼 화려한 날들은 아니지만 지중해 햇살 같은 다정함이 깃든 이 이야기는, 타지에서의 삶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줌과 동시에 어느 날 경험하게 된 ‘시에스타’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저자 : 정다운

저자 정다운은 남미 여행기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와 제주도민 인터뷰집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를 썼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플랜비’의 매니저 겸 가이드였다. 동시에 스페인어를 배우는 학생이었으며, 글을 쓰는 작가였다. 모든 일들에 대해 “잘 될 거야”라고 낙천적으로 생각해 낯선 곳에 가서 살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인생 자체에는 큰 기대가 없고, 그것이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비결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하늘’이다. 쾌청한 하늘.

사진 : 박두산

사진삽도인 박두산은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와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의 사진을 찍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이드 겸 스냅사진 작가였다. 스페인 요리학교 ‘호프만’의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요리할 때 가장 즐겁지만 요리를 직업으로 가지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파에야’만큼은 누구보다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다. “잘 될 거야”라는 정다운의 말에 홀려 막 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카냐’이다. 지중해 햇살 아래에서 들이키던 생맥주.

프롤로그_ 해피엔딩, 그리고 다시 시작인 이야기 

1장 / 어느 도시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는 거라면 
01. 제제야, 바르셀로나 가자! 
02. 바르셀로나에 우리 집이 생겼다 
03. 내일도, 마스카포네 치즈 크루아상
04.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 어디쯤에서 
05. 성장하는 건물을 지켜보는 일 
06. 소매치기 조심하세요 
07. 제제가 사는 세상 
08. “올라”와 “아 띠”, 인사를 나눠요 
그의 시선_ 스페인어 말고 카탈루냐어를 쓴다구요? 

2장 / 바와 하늘과 파도, 바르BAR. 셀CEL. 오나ONA 
09. 바르셀로나의 여름 
10. 그라시아 축제와 바흐셀로나 
11. 이방인 
12. 바르셀로나의 개들 
13. Made in Barcelona 
14. 고장 릴레이 
15. 나에겐 친구가 딱 한 명 있다 
16. 광장에서 만나자는 말 
17. 오후 세 시의 바르셀로나
그의 시선_ 맥주와 하몬 

3장 / 하루 종일 날씨 이야기만 할까? 
18. 내 꿈은 따뜻한 현지인 
19. 그곳이 너를 위로할지도 몰라 
20. 하루 종일 날씨 이야기만 할까 
21. 인간 탑 쌓기 
22. 각자의 여행 
23.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삽니다 
24. 우리 동네 공원에는 수영장이 있다 
25. 낯선 도시에서 장을 보는 일 
그의 시선_ 산타 카테리나 시장에서 생선을 사는 이유 

4장 / 사진 한 장으로 남아도 좋을 날들 
26. 구엘 공원에 백 번쯤 오면 알게 되는 것 
27. 가로와 세로가 만나 바르셀로나 
28.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예쁜 집 
29. 아주 오래된 놀이공원 
30. 스스로 자신의 박물관을 만든 사람 
31. 짧지만 길었던 아를에서의 사흘 
32. 휠체어를 탄 강아지들 
33. 관광지에 삽니다 
그의 시선_ 타지의 삶 

5장 /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우리가 간 곳 
34.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35. “운 코르타도, 포르 파보르(Un Cortado, Por favor)” 
36. 두 개의 캐리어 
37. 좋아하는 곳 1 타예르 길 
38. 좋아하는 곳 2 보른 지구 
39. 좋아하는 곳 3 포블레누 
40. 안녕, 바르셀로나 
그의 시선_ 산티아고에 가다 

그녀의 에필로그_ 좋은 봄날에 
그의 에필로그_ 다시 만나자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얼굴은 자꾸 밝아졌다.
모두가 천천히 걷는 곳에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낯선 곳에, 그것도 유럽의 한 도시에 살아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한 번쯤 부동산을 흘깃거리며 궁금해하곤 한다. ‘반년간의 남미여행’이라는 로망을 실현하고 여행에세이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를 출간했던 정다운, 박두산 작가가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에서 2년간 살아보기’를 실천했다. 어느 도시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는 거라면, 그렇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덜 벌고 덜 쓰며, 그러나 ‘나의 지금, 우리의 오늘’을 좋아할 수 있는 곳에서 머물게 됐다. 고양이 제제도 함께. 

이 이야기는 
바르셀로나에 오래오래 머물게 된 1남 1녀 1고양이가 
어떻게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게 되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하루 종일 날씨 이야기만 해도 지겹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인생 2막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르셀로나 생활의 목표는 단순했다. ‘이곳에 올 때처럼 떠날 때도 두 개의 캐리어만 가지고 가자.’ 

미완성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매일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던 순간, 다양한 크루아상 중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내일 다른 걸 먹어보면 된다며 안심하던 순간, 동네 축제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들과 마주친 순간. 그 시간들을 보내며 바르셀로나 생활자가 되었다. 

낯선 도시에 사는 일은 이곳에 살아서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발견하는 일이었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이방인으로서의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일이기도 했다. 들쑥날쑥한 감정에 익숙해지는 동안 오래된 물건을 스스로 고치며 살아가게 됐고, 울적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동네가 생겼고, 제제에게는 부부가 모르는 사생활이 생겼다. 여행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