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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온전히 홀로 맞이하는 것에 대해 상상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고, 홀로 스스로의 삶과 죽음을 맞닥뜨릴 줄 아는 용기에 대한 저자의 담담한 성찰을 담은 책,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가 출간됐다.

본 도서의 저자인 최철주 작가는 전 언론인이자 약 20여 년 동안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누구보다 죽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죽음 연구가이다. 그가 이번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여 인생을 살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생을 더욱 자유롭게 누리기 위해서 스스로의 죽음을 담담히 준비할 줄 아는 용기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솔직담백한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홀로 살 줄 아는 용기가

삶을 더욱 자유롭게 한다

고독사의 사전적 의미는 홀로 사는 사람이 연고 없이 쓸쓸하게 사망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매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오래전과는 다르게 고독사라는 단어는 어디서든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언어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미 암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앞서 보낸 후, 팔순이 넘은 나이로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노인이다. 그에게는 아들 내외가 있으나, 독립생활을 하며 만끽할 수 있는 자유와 고요를 위해 함께 지내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했다. 저자는 오래전 딸을 먼저 보내고 상실감에 빠진 아내에게 식사를 챙겨주기 젊은 주부들 틈바구니에서 요리 학원을 혼자 다니기도 했다. 홀로 지내는 요즘은 스스로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요리는 나 같은 독거노인이 생존 능력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은 권력이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혼자 레스토랑에 드나들면서 1인 고객을 냉대하는 지배인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특정 메뉴의 레시피에 대해 질문하면 그가 나를 격이 다르게 대우하는 시선이

즐거웠다. 그냥 뭔가 먹어야겠다는 게 아니라 맛있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나를 이처럼 자유롭게 해줬다. 나는 그런 삶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본문 중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저자도 암 투병으로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겼다. 고통이 극심해진 어느 날 자정 119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마땅한 응급실을 찾는 데 실패했다. 가시밭에 뒹구는 것 같은 고통에 휩싸였고 도로의 수많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이중으로 덮쳐왔다. 그때 집에서 죽자라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일이 있기 전 이미 13년 넘는 1인 가구 생활 훈련을 통해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것이 그의 마음을 한결 자유롭게 했다고 전한다. 언젠가 그가 혼자 숨져있는 모습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말 것을 아들 내외에게 여러 차례 일러두었다. 우리 시대의 삶과 죽음이 그러하니 아버지의 고독사를 섧게 여기지 말라 했다. 그것은 불효가 아닌, 저자 자신을 위한 평화이자 세상의 평화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이라 불리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도 인연이 깊다. 이어령 전 장관은 암 투병을 하던 때 평창동 그의 사무실에서 웰다잉 강의를 하러 다니는 저자에게 그에게 적합한 의사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딸 이민아 목사가 투병 중이던 20117월 당시에도 저녁 식사에 저자를 초대해 다양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어령 전 장관과 저자가 담당의로 추천해 준 J 박사와의 일화는 우리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J는 한 페이지씩 서류를 넘길 때마다 이어령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고는 한참 후 아무런 수식어도 붙이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말했다. 장관님, 암을 이대로 놔두시면 어떻습니까. 그냥 이대로 사시면서요. 나는 암 환자가 아니다고 생각하시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3년 사시게 되면 3년 치 일하시고 5년 사시게 되면 5년 치 일만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게 치료 방법입니다.

 

(중략)

 

장관님, 저는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살기 위해 치료받을 것인가, 치료받기 위해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고요. 환자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릅니다. 이어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요.”가 유일한 코멘트였다. 언제나 긴 문장이었던 그의 말솜씨가 잠잠해진 것이 슬퍼졌다. 그의 눈 가장자리가 젖어 있었다. 헤어질 때 그가 내민 손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요즘 말로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듯, 죽음은 연령과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찰나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또 이 책을 통해 고독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엄청난 일을 결행하려는 독거노인의 각오가 아닌, 그저 사는 데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의 반작용이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이란,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마지막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온전한 자기 결정권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최철주

전 언론인. 작가. 20여 년 동안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1970년부터 방송국, 신문사에서 약 40여 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방송 대표이사와 중앙일보 편집국장, 논설고문 등이 주요 경력이다. 지은 책으로 해피 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이별 서약』 『존엄한 죽음등이 있다.

프롤로그 | 죽음을 바로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은 곧 자유로워집니다

 

1장 고독사를 준비 중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늙은 남성,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집에서 죽자난 오늘 결심했다

아들과 척지고 떠난 어느 회장 이야기

내복 차림으로 30분을 달렸던, 늙음 마주한 악몽의 그날

망자의 이야기를 듣는 남자

장관님, 암 그냥 놔둡시다이어령이 웰다잉 택한 그날

난 살기 죽기 아닌 죽기 살기죽음은 닮았다

포스트잇 부부가 택한 인생

요양병원 그 주머니의 비밀

샤워실 목욕의자의 재발견

 

2장 가끔은 삑사리 나도, 좋은 인생입니다

내 주변의 삑사리 인생

암 수술 고통도 이기게 한 기적의 영상

죽음의 현장에서 만든 생사관

내가 모르모트야? 난 싫다울림 컸던 최종현 회장의 죽음

암 환자 손등에 할퀸 자국, 그건 상처가 아닌 위로였다

80여 명이 죽음을 준비한 건대입구역 실버타운의 기적

전직 관료의 안타까운 메모

새로 나온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