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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인문/사회/종교]

취업 빙하기, 3포세대 증가, 저출산 심화, 1인 가구 빈곤율 상승

문제는 ‘연애 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어떤 대안이 준비되어 있는가?

 

지금의 젊은 남녀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포기한 이들이 많다.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보자. 2014년 일본 리크루트 마케팅 파트너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연애 상대가 없는 20대는 여성이 약 60퍼센트, 남성은 약 76퍼센트에 이른다. 2015년 일본의 결혼 정보 회사 오넷에서 연령을 20세로 한정하여 조사해보니 여성의 70퍼센트, 남성의 80퍼센트가 현재 연인이 없다고 답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책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원제: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愛しない若者たち)의 저자 우시쿠보 메구미는 폭넓은 자료 조사와 20대 남녀의 심층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연애 문제 속에 일본 젊은이들이 떠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배경에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비정규직의 양산, 저성장 시대 진입으로 인한 계층 심화, 초정보사회의 도래, 편의점 가듯 쉽게 접하는 성문화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 젊은이들의 세태를 반영한 ‘초식남’ 등의 신조어를 세상에 알렸으며, 오랜 시간 ‘오늘날의 청춘이 처한 상황’과 그 이면의 모습을 연구해왔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이 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청춘들은, 지금까지의 청춘들이 누려왔던 권리를 포기해야만 한다. 사회가 어떠하든 사랑이라는 내 가슴 깊은 곳의 순수한 욕망덩어리를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는 자유는 더 이상 없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책임은 ‘연애조차’ 포기한 이들이 아니라, 한때나마 욕망에 충실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있다.”

저자는 미혼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일본은 앞으로 30년 안에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고 분명히 말한다. 이는 비단 일본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이다.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준비되어 있는가. 이제부터 저자와 함께 고민해보자.

 

추천사

 

“지금의 청춘들은, 지금까지의 청춘들이 누려왔던 권리를 포기해야만 한다. 사회가 어떠하든 사랑이라는 내 가슴 깊은 곳의 순수한 욕망덩어리를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는 자유는 더 이상 없다. 우리가 옳다고 여겨왔던 ‘모순투성이의 사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차피 안 된다’는 두려움을 젊은이들에게 안겼고, 이는 주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연애와 섹스마저 다분히 ‘생존 전략’의 차원에서 수행하는 끔찍함으로 이어졌다. 가끔,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사랑만큼은 감성적일 수 있는 ‘젊은이로’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책임은 ‘연애조차’ 포기한 이들이 아니라, 한때나마 욕망에 충실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있다.”

오찬호|사회학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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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연애를 하고 있는 20대 남성은 정규직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2014년 내각부 규제개혁회의장에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자리에 있던 관료와 대기업 간부들이 술렁였다.

이른바 격차사회. 특히 결혼에 있어서, 연봉이 낮은 비정규직 남성일수록 결혼율이 낮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연애 상대의 유무까지 고용 형태와 연봉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주오대학 문학부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젊은 세대, 특히 남성은 안정된 직장에 취직하여 장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면 결혼뿐 아니라 연애도 할 수 없습니다.”

- p.21, 비정규직은 연애도 못한다??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이 가져온 연애 격차

 

고용 형태의 차이도 연애에 영향을 미쳤다. 내각부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은 정규직이 약 34퍼센트였으나, 비정규직은 약 16퍼센트로 그 절반에 못 미쳤다. 30대는 차이의 폭이 덜했지만 그럼에도 정규직이 약 21퍼센트, 비정규직이 약 14퍼센트로 비정규직으로서 연애를 하는 남성이 20대보다 적었다.

어째서 연애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야마다 교수는 ‘젊은이들은 이성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하지만, 비정규직 남성은 정규직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적다. 조건뿐 아니라 기회 면에서도 정규직과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 p.24, 비정규직은 연애도 못한다??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이 가져온 연애 격차

 

요즘 여성들에게 스토커 이상으로 가까이에 있는 위험이 데이트 폭력이다. 내각부의 정의에 따라 가정 폭력이 배우자로부터의 정신적·신체적 폭력을 가리킨다면, 데이트 폭력은 연인에게 당하는 폭력이다.

앞서 2005년 내각부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약 23퍼센트가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도쿄 도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피해 경험자가 43퍼센트로 드러났다. 후자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인간관계나 전화, 문자를 일일이 체크하는 등 극심한 정신적 속박도 데이트 폭력에 넣었기 때문이다.

- pp.56-57, 연애 리스크의 노출과 리스크 회피- 자기책임이 강조된 사회에서 위협받는 연애

 

세상이 이렇게 뒤숭숭한데,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사원이라 휴가를 낼 수 없고 돈이 없다고 말하는 젊은이가 늘어난 것이 그들의 책임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리스크 회피 문제도 그렇다. 한쪽에서는 ‘국가나 사회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자기책임이다’라는 말이 들려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스토커나 데이트 폭력, 리벤지포르노라는 보도가 줄을 잇는 세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버블 세대가 누렸던 ‘느긋하고 즐거운 연애’를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 p.63, 연애 리스크의 노출과 리스크 회피- 자기책임이 강조된 사회에서 위협받는 연애

 

와코대학 고사카 교수는 ‘가상 환경에 익숙해진 20대에게 현실 속 연애는 정신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앞서 말했듯이 가상 연애가 벽을 보고 대화하는 거라면 실제 연애는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스포츠와 같다. 따라서 서로 에너지를 원활하게 주고받아야 순조로워지지만, 더러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남녀 중 한쪽이 내성적이어서 가상세계에만 몰두하는 경우, 주고받는 에너지의 총량이 적을 뿐 아니라 한쪽만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관계가 이어지다 보면 에너지 부족으로 피폐해진 쪽이 ‘왜 늘 나만 잘해주고 나만 돈을 내야 해?’라고 생각하게 되어 결국 연애는 부담스럽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 p.83, 가상 연애와 실제 연애 사이에서- 초정보사회의 득과 실

 

현재 초식남인 30대 남성들을 취재하다 보면 ‘극장에서는 왜 여성 관객만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남성 관객은 신경도 쓰지 않느냐?’, ‘역차별 아니냐?’는 의견이 많을 정도다. 역으로 ‘남자의 체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모르겠다’고 답했다.

남녀는 평등하다고 배우며 자란 세대가 유독 연애에서는 ‘돈은 남자가 내야 한다’, ‘고백은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는 등 남성다움을 요구한다. 남성 입장에서는 남녀불평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요즘의 연애를 두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 p.113, 남녀평등사회의 연애에서 부딪히는 딜레마- 구식 연애 환상에 얽매인 젊은이들

 

지금의 20대들에게는 여성 7명 중 1명꼴로 연애 감정 없이 만나는 섹스친구가 있다. 또 남녀 모두 40퍼센트가 ‘연애 감정이 없는 이성’과 섹스를 경험했다. 

이들은 섹스친구와는 배란일 전후에는 섹스를 피하거나 매번 콘돔을 사용해서 절대 임신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러나 진심으로 만나는 남성과는 더 좋은 관계가 되기를 바라며 결혼을 노리는 일도 없지 않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성들이 프러포즈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섹스를 하기 전에 ‘임신하면 책임질게’라는 의미로 제대로 고백을 받고 싶은 것이다. 섹스에 대해서는 서구화되었어도 연애 방식은 일본식이다. 

- pp.176-177, 동양의 연애와 고백 문화

 

다른 민간 조사에서도 20~30대 미혼 여성이 결혼하고 싶은 이유 1위는 ‘아이가 갖고 싶어서’가 차지했으며, 이는 ‘한 명의 파트너와 계속 함께하고 싶어서’보다 높았다. 또 결혼 생활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로 ‘힘들 때 서로 도울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다른 가족들과 교류할 수 있다’를 들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결혼에 바라는 것은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편안한, 친구 같은 파트너다. 그들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 부모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앞서 데이비드 노터 교수가 메이지, 다이쇼 시대 일본의 결혼상으로 말한 ‘우애결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pp.195-196, 다양한 선택지의 존재 

 

이 장의 서두에서 나는 ‘지금 20대 남녀의 대부분이 바라는 것은 연애결혼이 아니라 연대결혼’이라고 썼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온 만큼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어른들보다 몇 배나 크다.

나는 취재와 조사를 통해, 일본에서도 스웨덴이나 프랑스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사실혼)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그리고 젊은이들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도록 지원한다면,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별거나 시골에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성공 사례를 제시하고 그에 따르는 제도(집세 보조 등)를 정비하면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의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 pp.237-238, 변화하는 결혼, 새로운 법 제정의 필요성

지은이 우시쿠보 메구미

 

1968년 도쿄에서 태어나, 니혼대학 예술학부 졸업 후 출판사에 재직하며 편집 및 홍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마케팅 전문가이자 저술가로 독립하여 기획, 기업 PR, 취재 및 집필 등의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했다. 2001년 마케팅 기업 인피니티를 설립했으며, 2005년 1월 일본 재무성 재정제도심의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젊은이들의 세태를 반영한 ‘초식남’, ‘솔로남 마켓’ 등의 신조어를 세상에 알려 큰 주목을 받았으며 다수의 매체에서 트렌드 평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가 있다.

 

옮긴이 서라미 

 

대학에서 경영학을,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고,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그들은 왜 싸우지 않는가》, 《내가 일하는 이유》,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비즈니스 모델을 훔쳐라》, 《전문가들이 소통하는 구글플러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Design by Nature》 등이 있다.

시작하며_ 연애가 부담이 된 시대

 

 

1장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 

 

비정규직은 연애도 못한다?-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이 가져온 연애 격차(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1)

저연봉?비정규직 남성은 연애하기 어렵다 | 연애에서도 기가 꺾이는 남자들 | 한번 궤도에서 벗어나면 돌아올 수 없는 희망 격차사회 |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는 정규직, 시간은 있지만 자신감은 없는 비정규직 | 돈 잘 버는 아내를 바라면서도 가정적인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모순 | 캥거루족이 연애하기 힘든 진짜 이유 | 그래도 결혼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 저렇게 될까 봐 무섭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의 실체 | 격차사회가 낳은 공포 

 

연애 리스크의 노출과 리스크 회피- 자기책임이 강조된 사회에서 위협받는 연애(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2)

연애에는 리스크가 많다!? | 스토킹 사건이 남긴 것 | 데이트 폭력에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젊은이들 | 어른들이 만든 ‘No’라고 말할 수 없는 환경 | 결국 자기책임,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 성희롱과 힘희롱에 좌절한 젊은이들 | 남성들의 리스크, 치한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 남성들이 생각하는 리스크, 만일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면? | 이혼이라는 연애 불량채권 

 

가상 연애와 실제 연애 사이에서- 초정보사회의 득과 실(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3)

편의점 가듯 접하는 연애와 섹스 | 섹스와 연애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다 | 배신하지 않는 가상 연애, 부담스러운 현실 연애 | 연애에서 멀어지게 하는 다양한 재밋거리들의 존재 | 급속히 진행되는 성셀프화, 남녀 모두 자위 횟수 증가 | 생활화된 SNS, 연애마저도 감시받는 사회 | 아직은 데이트나 연애가 자랑거리인 10대 | 비슷한 사람과의 연애를 원하지만 커뮤니티 내의 연애는 싫다 | 인터넷이 진정한 반쪽을 찾아주는 날이 올까? 

 

남녀평등사회의 연애에서 부딪히는 딜레마- 구식 연애 환상에 얽매인 젊은이들(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4)

초식남의 증가, 일본만이 아니다 | 사회적 고립감에 갇힌 남성,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다양한 여성 | 10대 시절 연상남과 연애한 뒤 남성에 대한 불신이 생긴 여성들 | 남녀평등사회 속 사랑 고백이나 밥값 계산 요구가 불만인 남성들 | 섹스친구, 잠친구의 등장 |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한 스트레스 | 연애에 대한 환상,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초부모러브족의 출현과 연애 욕구의 봉쇄- 자녀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젊은이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5)

친구나 연인보다 엄마가 좋다 |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친구 같은 부모에게 기대는 젊은이들 | 그런데 부모의 연애나 결혼 방식은 싫다 | 기업 전사형 아버지는 반면교사 | 드래곤퀘스트형 연애 VS. 포켓몬스터형 연애 | 자녀의 취업에까지 뛰어드는 부모들 | 부모의 의견이 중요한 젊은이들 | 어머니에 대한 과잉 배려가 연애 욕구를 봉쇄한다 | 부모와 사회의 이중 메시지에 진이 빠진 젊은이들 

 

 

2장 연애?섹스?결혼의 역사와 문화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들

일본의 결혼 문화 변천사 | 스쳐 지나간 연애결혼 성취의 시대 | 결혼, 버블기를 거쳐 필수품에서 기호품으로 | 연애의 첫 단계가 된 고백 문화 

 

서양의 연애와 고백 문화

부모와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연애 | 친구와 연인 사이, 유럽의 연애 문화  

 

동양의 연애와 고백 문화

고백 문화에 남은 정조 관념 | 고백과 섹스친구에 감추어진 진짜 의미 | 연애와 결혼은 별개, 건조하게 분리하는 중국의 젊은이들 | 비결혼 선언과 자기주장이 뚜렷한 여성이 늘고 있는 한국 | 서양식 연애와 동양식 연애 사이에서 흔들리는 일본의 젊은이들 | 연애와 결혼은 원래 섞일 수 없다 | 연애결혼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 

 

 

3장 연애결혼에서 연대결혼으로

 

다양한 선택지의 존재 

결혼, 관점을 바꾸자 |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동성결혼 | 국제결혼 등 기존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 결혼 스타일 | 가성비로 선택하는 새로운 결혼 스타일 | 오래 알고 있던 고향 친구와의 결혼이 각광받다 | 차라리 시골로 내려가 결혼하는 것도 방법 

 

변화하는 결혼, 새로운 법 제정의 필요성

체험혼의 유행 | 동거의 함정과 이에 대비하기 위한 법 정비의 필요 | 남편은 됐고 아이만 원하는 여성의 심리 | 수면 아래에서 퍼지고 있는 불법 정자매매 | 변화의 시작

 

 

마치며_ 이제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

출판사 리뷰 

 

먹고살기 힘들어 연애도 못 하는데, 출산 장려라니요!

연애,섹스,결혼의 삼위일체, 그 시작과 종말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를 잘 하지 않는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그들은 각자도생만으로도 버겁다. 결혼은 이보다 더하다. 한 기사에 따르면, 2016년 초 기준 우리나라 20~30대의 미혼율은 50퍼센트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혼연령 상승 등 ‘만혼’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남녀의 미혼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30대의 미혼율은 1995년에 35.1퍼센트였다. 15년 만에 미혼율이 17.4퍼센트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특히 2010년 기준 25~29세의 미혼율은 76퍼센트 수준이다. 1995년에는 이 연령대의 미혼율이 45.2퍼센트에 불과했다.(<머니투데이> 2016년 2월 7일 자)

사실 연애나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다. 어른들이 노파심에 ‘젊음이 아깝다’고 말해도 당사자들에게는 괜한 참견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젊은이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의 대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출산 장려 정책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는 ‘연애 포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 있다. 

 

일본 젊은이들의 ‘연애 혐오’ 현상

우리 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일본 사회를 살펴보자. 이 책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의 저자 우시쿠보 메구미는 ‘초식남’ 등의 신조어를 세상에 알리며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오랜 시간 젊은이들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먼저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2015년에 발표된 일본 내각부의 <저출산 사회 대책 백서>에 따르면, 연인이 없는 20대 미혼 남녀의 약 40퍼센트가 ‘연인을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중 45퍼센트는 ‘연인이 귀찮다’고 답했다. 또 결혼 정보 회사 오넷의 조사에서도 ‘연인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20세 여성은 40퍼센트에 달했다(남성은 35퍼센트). 역대 최저 수치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같은 응답을 한 남녀는 10퍼센트 내외에 그쳤다. 버블기인 3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5년 사이 연인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남성뿐 아니라 여성 중에서도 30퍼센트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심지어 연애를 싫어하기도 한다. 요즘 혐오 성향이 문제시되면서 일본의 소비 시장에서는 ‘소비 혐오’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연애도 혐오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버블 경제 붕괴가 낳은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속한 마케팅 기업 인피니티가 지금까지 실시한 청년 연구 및 취재와 더불어 새로이 20대 청년 600명을 대상으로 통계 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그들이 놓인 상황과 심리를 심층 분석했다. 더불어 연애와 결혼 연구 분야에서 일인자로 평가받는 전문가들도 다수 취재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왜 연애를 하지 않을까? 일본 주오대학의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주의자가 된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연애는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를 크게 5가지로 분류했다. 가장 큰 요인은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이다. 주오대학의 야마다 교수는 ‘젊은 세대, 특히 남성은 일이나 경기가 안정되지 않으면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애 불량채권의 노출과 리스크 회피, 초정보사회와 도를 넘은 커뮤니티 지향, 남녀평등사회와 남녀불평등연애, 초부모러브족의 대두와 성의 셀프화·혐오화. 이 모든 것들이 20대 남녀의 연애 기피 성향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버블 붕괴와 장기 불황이 젊은이들의 연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자. 고도성장기와 버블기에 열혈 충성 직원을 만들어냈던 종신고용제는 버블 붕괴 후인 1990년대에 사실상 무너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고, 2014년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은 실시 기업 1,324개 사에서 총 23만 1,558명에 이른다. 당연히 젊은 세대도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내일 나에게 닥친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또 일본 비즈니스 잡지 <프레지던트>가 정직원을 대상으로 한 2009년 조사에서 20대 중 ‘내가 구조조정을 당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약 40퍼센트로, 결코 낮지 않은 비율이었다. 비정규직원은 물론 정직원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젊은이들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희망 격차사회

저자는 말한다. 한번 궤도에서 벗어나면 좀처럼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요즘 일본 사회의 특징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미 그 전 단계에서 ‘나 같은 게 무슨’, ‘안 될 게 뻔하잖아’라고 절망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2004년, 주오대학의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러한 현상을 두고 ‘희망 격차사회’라고 이름 붙였다. 

야마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정직원에게는 노력하면 승진을 하거나 급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 노력을 상사나 동료들이 정당하게 평가해주면 의욕도 생긴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할 수 없고 급여도 오르지 않는다. 내일이라도 당장 해고될 수 있으므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은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희망을 갖지 않게 된다. 이런 그들이 ‘연애는 사치’라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한 저자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사랑에서 멀어지는 것은 저연봉과 비정규직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경제 격차가 벌어질수록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젊은이가 증가하고, 일부 저연봉 계층의 젊은이들은 부주의하게 임신을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중간 소득 계층의 젊은이들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연애나 섹스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격차사회가 낳은 ‘나는 최저 계층은 되지 말아야겠다’, ‘적어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는 공포와 절실한 바람이 있다. 리스크 요인이 크고, 한번 놓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젊은이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라,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른들이 중심이 되어 한번 놓치더라도 노력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 바닥에서도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있는 사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연애가 부담이 된 시대, 새로운 연애와 결혼의 모습을 위하여

저자는 또한 지금의 20대 남녀들이 ‘부모는 최후의 보루’, ‘부모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의 취재에 협조해준 20대들은 대부분 유토리 세대(1987~1996년 사이에 태어나 2015년 기준 19~28세)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토리 교육(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한 ‘여유 있는 교육’을 말한다.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 인성 교육을 중시했다)을 받은 그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일본 경제가 침체된 모습만을 보고 자랐다.

저자는 이른바 ‘사토리 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나, 2013년 기준 10~20대 중반 나이대로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의 특징이, 무슨 일이든 ‘어차피 안 될 텐데’라며 금세 포기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어차피 국가도 사회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어차피 일본은 이렇다’ 하는 식의 자포자기 심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부모나 친구와 잘 지내지 않으면 불안하다. 저자가 취재를 통해 만난 젊은이 중 ‘믿을 수 있는 어른은 부모님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동시에 그들이 갖고 있는 연애관이 윗세대와 크게 다르다. 

저자에 따르면 1980년대식 연애결혼에서 가능성을 찾지 못한 일부 젊은이들은 ‘연대결혼’, 합리적이고 이득이 되는 ‘가성비 결혼’ 등 다양한 형태의 결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과거의 연애결혼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단언한다. 그 대신 새로운 ‘가성비혼’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은 한 나라의 정책,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국가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럴듯해 보이는 ‘자기책임론’만 들먹이며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실망해 ‘적어도 리스크만은 피하고 싶다’라며 연애에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저출산?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한 위기를 들먹이며, 관련 정책들만을 쏟아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정치나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이제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